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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상욱은 그런 식으로 노인을 찾아갔다. 한 번 더 노인에게 덧글 0 | 조회 6 | 2021-05-03 15:50:07
최동민  
이날도 상욱은 그런 식으로 노인을 찾아갔다. 한 번 더 노인에게서 그 배반극의 내력을 들어두고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섬 병원과 원장을 견뎌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을 견뎌낼 수가 없을것 같았다.“장담하진 마시오.이래봬도 난 이과장에 관해서라면 뜻밖에 제법 많은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들에게 공을 차게 하는 일 말씀입니까.그 들에게 기어코 공을 차게 하실 작정입니까.”원장은 곧 차를 되돌려세웠다. 차를 몰아 신생리 병사 지대로 들어가서 원생 몇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것은 특별히 상욱의 수고를 빌릴 필요가 없었다. 자동차가 신생리 병사 지대로 들어서자 원장은 곧 차 곁을 스쳐가는 남자 원생 몇 사람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원장은 성급하게 차를 뛰어내려갔다. 한데 그때였다. 탈출 사고를 부임 선물로 받은 것이 원장의 첫번째 낭패였다면, 그는 이 신생리 병사 지대 마을에서 그의 두번째 낭패를 맞게 된 것이었다. 원장이 차를 내려 사내들 곁으로 다가가자, 여태까지 지나가는 차인 줄만 알고 있던 사내들이 자기들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원장에게서 비실비실 이상스런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들, 어젯밤 이 마을에서 청년 둘이 섬을 탈출해나간 사실을 알고 있소?” 영문을 알지 못한 원장이 다짜고짜 물러서는 사내들에게로 다가서며 물었다. 사내들은 원장이 다가서는 거리만큼씩 뒷걸음질을 치며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나 새로 온 원장이오. 묻는 말에 대답을 해봐요. 어젯밤에 당신네 마을 사람 둘이 섬을 도망쳐나가지 않았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퍼런 유니폼에 권총까지 매달고 있는 새 원장의 모습이 이들의 눈엔 유난히 더 두렵게만 비치고 있었을까. 비실비실 겁을 먹은 듯한 표정들이 여차하면 금세 도망이라도 치고 말 형세들이었다. 원장과 사내들 사이엔 이상스럽게 기분 나쁜, 그리고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무겁고 위태로운 침묵이 지나가고 있었다. 늦여름 한나절의 뜨거
상욱은 어느새 치료소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이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어떤 무서운 전율 같은 것이 절절절 온몸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한동안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서 있다가는 이윽고 치료소 현관을 향해 발길을 서둘렀다.죽음이란 것이 이 섬에 붙박인 저주스런 운명의 기반을 벗어나가는 마지막 방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병이 나을 수 없다고 생각되던 시절, 이 질병이야말로 하늘의 저주를 받은 추악한 유전성 질환이라고 생각되던 시절, 그리고 그러한 병을 안고 이 잊혀진 남해 한 끈 작은 섬으로 끌려들어와 절망과 비탄 속에서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가혹한 노력 착취를 당해야 했던 시절, 그런 시절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섬과 이 섬의 무서운 질곡을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주어져 있었다. 하나는 죽음 을 무릅쓰고 바다를 헤엄쳐나가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운명을 조용히 감수하고 나서 때가 되면 새로운 복락과 위안이 약속된 주님의 날을 맞는 것이었다. 용기있는 사람들은 한사코 바다를 헤엄쳐나가려 했고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히 그 약속된 주님의 은총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섬 안에 흩어진 무수한 예배소와 교회당은 그러한 사람들의 깊고도 애절한 기구의 표상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노래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어나갔다. 「소록도의 노래」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기억에서조차 아득해진 「고향의 봄」을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마침내는 언제부턴가 이 섬 사람들의 마음의 노래가 되어오고 있던 한 유행가의 노랫가락이 성가처럼 장엄하게 무리 사이를 흘러 번지기 시작했다.원장은 이번에도 그 의료부장 쪽엔 별로 주의를 주지 않았다.그는 평의회 대표 열 사람과 함께 그 벽돌 공장을 세울 부지를 설정하고 곧 이어 기공식을 올렸다. 그가 부임하고 나서 한 달 남짓 시일이 지난 어는 신선한 가을날 아침의 일이었다. 공장을 세우고 처음 얼마 동안은 중국인 벽돌공을 들여